[다시 간다]시행 앞둔 스토킹 처벌법 ‘빈틈’이 두려운 사람들

2021-07-13 6



단란했던 세 모녀의 큰 딸을 스토킹하다 일가족을 살해한 김태현은, 스토킹 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국회 문턱은 넘었지만 올해 10월은 되어야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도 몇달 사이 수천 건의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을 보호할 실질적인 대응책이 필요해보입니다.

다시간다 우현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박병석 / 국회의장(지난 3월)]
"찬성 235인, 기권 3인으로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지난 3월,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22년 만입니다.

스토킹 가해자에게는 최고 5년의 징역형과 함께 피해자 접근금지와 같은 긴급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는 10월 첫 시행 때까지는 수개월의 공백기가 있습니다.

이 기간에도 스토킹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난 4월 안산에선 30대 여성 대리기사가 직장동료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얼굴과 목을 크게 다쳤습니다.

교제를 요구하다 거절당한 남성이 피해여성의 주거지까지 찾아가 저지른 스토킹 범죄였습니다.

하지만 남성에겐 스토킹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법 시행 전이었기 때문입니다.

[피해 여성 어머니]
"스토킹, 그걸로도 처벌받았으면 좋겠고요… 이거는 분명히 스토킹인데, 아니라고 할 수 없잖아."

피해여성은 사건 직후 얼굴 부위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정상생활을 위해선 3~4차례의 추가수술이 필요합니다.

목에 난 상처로 예전 목소리까지 잃은 상황에서 이혼 후 따로 사는 두 아이를 다시 데려오겠다는 꿈은 결국 접어야 했습니다.

[피해 여성 어머니]
"한 달에 적어도 최소 한 번은 만났는데… 말이 이상하거니와 아이가 보자하면 얼굴을 내밀 수가 없잖아. 돈 천만 원 줄게 합의하자, 그게 말이 돼요?"

경찰에 신고되는 스토킹 범죄는 매년 수천 건에 달합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2천 4백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형사처벌로 이어진 건 10건 중 1건에 불과합니다.

경찰은 지난 5월, 여성안전상담관 제도를 포함한 스토킹 범죄 강화 대응 지침을 내놨습니다.

스토킹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다음날, 여성안전상담관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과 보호업무를 진행하는 겁니다.

[윤정아 / 서울 노원경찰서 여성안전상담관]
"어제 신고된 것 관련해서 추가적으로 안내드릴 부분이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가해자 분께서 연락오거나 찾아오고 계신가요?"

스토킹 가해자에들에겐 경찰서장 명의의 '서면 경고장'도 발부하고 있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남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일방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은 정말 자기 자신을 돌진해 나가는 것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이 글자가 눈에 들어오느냐…"

오는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반의사 불벌죄' 조항이 보완되지 않는 한,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스토킹 범죄자 상당수가 피해자와 평소 친분이 있는 상황에서 보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입니다.

'다시 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PD : 윤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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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박정민